선진국은 디지털 자산 본격 도입하는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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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디지털 자산 본격 도입하는데 한국은...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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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출범
당국 규제·법규 미비로 글로벌 금융시장 도태 중
법인 투자도 막혀..."선진국은 전문투자자 활성화 추세"
. 사진 제공=한국핀테크산업협회
27일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세미나'에서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 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핀테크산업협회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세계 주요국이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은 규제에 묶이고 블록체인 기술도 낙후돼 글로벌 디지털자산 혁명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출범식·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가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넘어야 할 제도적, 기술적 부분들을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당국 규제에 막혀 법인이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없는 등 구조적 문제를 질타했다. 

이날 초대 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취임사에서 “디지털자산은 민간에서부터 시작한 서비스 모델이다보니 갖춰지지 않은 것도 많고 갖춰야 할 것도 많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해외와의 격차는 많이 벌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 연구원장은 기술과 법·제도라는 두 축에서 신산업을 개척해가야 한다고 짚었다.

정유신 원장은 "디지털 자산시장은 항상 새로운 신산업 시장 형성의 역사가 증명하듯, 가트너 곡선을 따라간다"며 "신산업 기대에 따른 버블 단계, 환멸 단계를 거쳐 이제 제대로 된 시장을 형성해 가려는 초입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초입 과정에서 시장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규제 문제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 거래 처리 용량 및 속도 향상 등 기술적 진보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해다. 정 원장은 또 "한국은 유통시장인 거래소만 있는데 이는 경제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발행시장과 연결이 돼야 고용창출이 되고 신산업이 진정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혁명이 있을 때 법적 정의를 쫓아가는 건 후행적으로 뒤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며 ”모든 신산업은 기술혁신 돌파와 법과 규제 틀을 마련했을 때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동기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블록체인 기업들을 감사할 수 있는 회계사들의 역량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20년, 2021년 암호화폐 투자 붐으로 수익을 많이 낸 업비트 등을 감사해야 하는데,  굴지 회계법인들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감사하기를 주저하자, 역량이 부족한 군소 회계법인들이 이를 맡는 풍경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개인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현재 법인명의의 실명확인 계좌는 발급될 수 없다"며 "최근에는 예외적으로 검찰청 명의의 가상자산 계좌가 개설됐는데 몰수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열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해외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회사가 직접 법인 명의로 비트코인 등에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특히 코인베이스 크라켄 제미니 비트스탬프 등 해외거래소는 법인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법인에게 계정을 제공해 가상자산을 취득, 현금화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개인과 법인 둘 모두 투자를 허용하면서 전문 투자 시장을 활성화 하고 있다"며 "가격변동성이 큰 고난이도 투자상품은 통상 전문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가상자산만큼은 개인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전문투자자는 못하는 반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싱가폴·영국은 주로 전문투자자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추세이며 개인은 제한적인 접근만 허용한다"며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 정보격차가 큰 상황에서 전문 투자자들은 발행자에게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협상력이 있지만 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규태 초대 협의회장은 향후 입법·정책을 공식 건의할 채널을 마련하고 정보공유와 사업제휴를 위한 네트워킹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우리 업계는 잠재력이 많지만 부딪쳐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서로 메꿔가면서 대응해나간다면 해외 못지 않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회원사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소통하고 회원사마다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규제당국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올바른 운동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인피닛블록을 비롯한 리드포인트시스템, 보난자팩토리, 블록체인글로벌, 씨피랩스, 옥타솔루션, 원컵, 웨이브릿지, 코드,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 퓨처리즘랩스, 핑거 등 12개 회원사 관계자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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